유현준 교수의 신간 <어디서 살 것인가>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이다.
지식의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생각과 영감을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이 어떻게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을 만들고 있는지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부족한 다양성을 공간과 건축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권력구조를 품고 있는 공간, 획일적 공간 분할 방식으로 지어진 것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가 획일적 인간을 만드는 방법은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몸에 뿌리 깊이 자리잡은 시간습관은 바로 학교에서부터 만들어진다.
현대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시간규율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건축가가 모험을 기피하는 공무원들과 싸우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물리적 공간이 인간의 생각, 행동,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나는 그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
이 영향을 지금껏 뼈속 깊이 인식하고 살아 왔기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나만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공간에서 나는 과거와는 판이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또 오늘날 왜 사람들이 카페에서 차만 마시지 않고 책을 읽는지 쇼핑몰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오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자연과 멀어진 삶, 협소한 콘크리트 상자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 공간들이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최근 자연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급격하게 늘었다. <삼시세끼>, <나는 자연인이다> 외에도 많다.
유현준 건축가가 말하듯 현대도시인의 삶에 부족한 부분을 방송이 채워주려는 것이다. 물론 결코 방송이 채워줄 수는 없지만 시청률을 보면 시청자들의 갈증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하나의 요소는 바로 저자의 경험과 상상력이 반죽되어 나온 독특한 발상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분해하고 해체하는 분석에 능숙하지만 막상 대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친다.
건축가는 창조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 점에서 다른 면을 보이는 것은 이닐까.
서울시의 풍경, 아파트와 공원이 도시내에서 폐쇄되고 고립되어 있으니 이것을 개방하고 연결시키자는 제안은 매우 유익하다.
또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방수와 절곡 기술을 건축에 활용하자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단순히 건축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기술을 공간의 문제에 접목한 책이다. 한마디로 공간에 대한 융합적 성찰을 담은 책이다.
책 제목만 보면 부동산 구매 지침서로 착각할 수도 있다. 아마 판매부수를 고민하는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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