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뒷마당에는 산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발육이 너무 좋아 가지가 뒷마당을 거의 다 덮어버릴 정도라서 작년에 대대적인 가지치기를 단행했다.​​​​


그랫더니 올해에는 놀랄 만큼 많은 오디가 달렸다.


작년까지 왜 이렇게 잘 자라는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이 나무는 집짓기로 인한 옮겨심기나 강전정도 겪지 않았다.
따라서 올해의 과일 풍년은 작년의 가지치기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선녀벌레가 보이지 않는데, 이점도 한 이유가 될것 같다.
아무튼 올 6월초부터 앵두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야생의 산뽕나무 오디가 풍성하게 열렸다.



기쁜 마음도 잠시, 약 20일 동안 계속해서 쏟아지는 열매를 어떻게 하나.
따고 줍던가 아니면 버리는 수밖에 없다.
전원주택의 삶은 몸이 엄청 힘들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실이다.
다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더 많은 것을 누리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면 야생의 유기농 오디를 구하기 어렵거나 돈 주고 사야한다.
몸은 편하지만 누리는 것도 적다.
하지만 나는 공짜로 이 좋은 품질의 오디를 뒷산에서 마음대로 구할 수 있다.


다만 완전히 공짜는 아니다.
내 노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이 시기에 잠을 줄여야 할 만큼 정말 바빴는데 날마다 바닥에 떨어지는 오디가 아까워서 나름 최선을 다해 수확에 공을 들였다.
2주 동안 거의 날마다 한 바구니씩 땄다.


이 많은 오디로 뭘해야 하나?
복준자주를 담글까 생각도 했지만 난 단술은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결국 선택은 오디잼.
산뽕나무는 독성이 없어 열매, 줄기, 잎, 뿌리까지 다 식용이나 한약재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오디꼭지를 굳이 제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께 따 둔 앵두가 있어 함께 잼을 만들어 보았다.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



앵두는 수분이 많고 오디는 적다.
그래서 같이 끓이니 상당히 괜찮은 잼이 되었다.
다만 문제는 앵두씨다.
나중에 씨를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앵두의 비중을 적게하고 씨는 잼을 먹을 때 발라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첫 수제 오디앵두잼이 탄생했다.


이후에는 오디로만 잼을 만들었다.
앵두씨를 발라먹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다.


이번 6월에는 제법 많은 오디잼을 만들었다.
그래서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보람이 컷다.
하지만 쪼그리고 앉아 일을 많이 하다보니 다리 인대에 무리가 와서 한의원을 다녀야 했다.
한의사 왈 “쪼그리고 앉아 일하면 절대 안되요”
그렇게 안 좋은 줄 몰랐다.

귀찮으면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권태는 정신을 좀 먹는다.
그래서 인간은 또 산을 오른다.
누가 등을 떠 미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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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앞 마당을 대표하는 상징, 살구나무.
2016년 집짓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치기를 심하게 했다.
이후 두 차례 옮겨심기를 했다.


그래서인지 가지가 생각보다 빨리 자라지도 않고 열매도 맺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노란 살구가 달렸다.


약 10여 개 밖에 안되지만 너무 반가웠다.


작년에 약하게 나마 불필요해 보이는 가지를 잘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몸살에서 몸이 회복한 것일까?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약한 전지밖에 한게 없는데 이렇게 열매를 선사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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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대하던 때가 왔다.
작년 이맘때 직접 만들어 먹었던 수제 앵두잼의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 고마운 나무다.


거의 다 죽을 뻔한 앵두나무를 옮겨심어 살렸더니 매년 예쁜 꽃도 모자라 열매를 한가득 선물한다.
올해는 선녀벌레의 피해도 없어 작년보다 더 많은 앵두를 수확했다.​


앵두잼은 만들기가 쉽지 않다.
씨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고민을 한 끝에 씨를 걸러줄 채를 하나 샀다.
하지만 채가 너무 촘촘해서 씨 뿐만 아니라 살도 많이 붙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는 설탕을 넣기 전에 먼저 충분히 끓였다.
그 다음 계란 저을 때 쓰는 도구로 저어서 최대한 씨와 살을 분리시켰다.
​깜박하고 그 도구를 찍진 못했는데 많이 저으니 나름 분리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멸치 국물 내고 멸치를 건저내는 도구로 씨를 건져냈다.


씨와 살을 분리했지만 최대한 씨만 건져내기가 쉽진 않았다ㅠㅠ


한 냄비 가득 씻고 끓이고 씨를 모두 발라내기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가장 힘든 것이 최대한 씨만 분리해서 건져내는 일이었다.
아까운 살을 최대한 확보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씨를 다 건저내고 나니 양이 절반으로 줄어 버렸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씨를 잘 발라내기 위해 설탕은 맨 마지막 단계에 투입하였다.
보통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는데 너무 단 것이 싫어서 3대 7 비율로 섞었다.


다이소에 예쁜 유리병이 큰 것은 2000원 일반 잼 크기는 1000원이라서 몇 병을 미리 사두었다.
마침내 신선한 유기농 수재 앵두잼이 완성되었다.


나름 새콤한 과육이 살아 있는 수제 앵두잼이다.
품이 정말 많이 드는 잼이다.
하지만 돈 주고 사먹을 수 없는 최고의 잼을 한동안 맛볼 수 있으니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앵두는 끓이다 보면 물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내년에는 설탕을 조금 더 넣든지 다른 열매와 섞어보는 것도 해 볼만 하다.
또 씨만 발라낼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도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사실 올해는 앵두 수확하는 시기가 내가 가장 바쁜 시기와 맞물려 고생을 좀 했다.
날마다 익은 열매를 따내야 했고 잼 만드는 일도 나름 시간과 노동을 많이 잡아 먹었다.
농사라는 것이 자연의 타이밍에 맞추어야 하는 일이라 농부들이 최적의 수확시기에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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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이맘 때였겠지.
앵두나무 줄기마다 싱그런 분홍빛을 머금은 앵두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가지가 조금 지저분했지만 가지치기를 심하게 하지 않은 이유는 열매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열매가 맺혔다.
작년에는 잼을 7-8병 정도 만들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 이상의 수확이 기대된다.
아직은 충분히 익지 않았지만 벌써 익은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날마다 조금씩 따야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연의 선물은 부지런한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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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마당은 앞 마당에 비해 더 많은 나무가 있다.
사실 뒷마당으로 밀려난 나무지만 예상 외로 예쁜 꽃을 선사하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배나무다.​


꽃 자체로 보면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예뿐 꽃일지도 모른다.
이 나무 역시 가지치기와 옮겨심기에 시달려 아직 열매는 구경도 못했다.


매년 예쁜 꽃을 피워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년 잎에 병충해가 심한 편이다.


배나무 옆에는 자두나무가 있다.
작년에는 제법 꽃으로 치장을 하더니 올해는 꽃이 굉장히 줄었다.
시간나면 유실수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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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도 라일락 나무는 어김없이 향기로운 하얀 꽃을 피웠다.
그런데 얼마전 이케아 가제보를 마당에 설치하는 바람에 라일락 나무에 해가 예년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


개화한 꽃이 작년에 비해 적은 것이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담장 주변에 라일락 나무를 두그루 심었는데 햇빛이 부족한 라일락의 꽃이 더 적다.


라일락 나무가 생각보다 빨리 자라진 않아 길가 쪽 행인의 시선을 막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나무를 잘 모르는 주인을 만난 셈 치고는 매년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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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는 우리집의 보물이다.
우선 봄마다 줄기 가득 연한 분홍빛 꽃을 피운다.
향기는 별로 나지 않지만 우리집 앞 길가를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꽃아 지고나면 다음 선물이 등장한다.
바로 앵두다.
작년에 여러 바구니를 채운 앵두로 잼을 만들어 한참을 먹었다.
장담컨데 이 수제 유기농 앵두잼은 맛도 시중의 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분명 올해의 앵두는 작년보다 더 풍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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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에 비해 나무들이 조금씩 더 건강하게 꽃을 피웠다.


가장 큰 이유는 집 건축 때문에 가지치기와 옮겨심기로 몸살을 앓았던 나무들이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선녀벌레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뭇잎이 올라오기 전에 사전에 가지들을 점검하고 선녀벌레가 가지에 낳은 하얀 유충집을 제거한 것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듯하다.
또 길가에 도로 가징자리를 덮은 풀들도 대거 가지치기를 해서 애초에 선녀벌레가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했다.


살구나무는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가운데에 뿌리를 매리고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 오른쪽에 바로 보인다.
올해 작은 열매라도 달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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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이는 코스트코 케이지에서 제법 잘 적응하는듯 했다.
해먹에서 낮잠을 즐겼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했다.
실내화장실도 어느 정도 잘 적응해서 대소변만 잘 치워주기만 하면 불만이 없어 보였다.
물론 삭량은 기본. 지겨울까봐 가끔 새로운 음식이나 캔을 주었다.


한번은 케이지의 높은 단에서 뛰어내릴 때 어딘가에 오른쪽 뒷발톱이 걸려 찢어지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두 번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았고 일주일 가량 약을 먹으면서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이제 거의 기력을 회복한듯 마당에서 점프를 하고 달리면서 사냥놀이를 즐겼다.
때로는 케이지 문을 열어 두어도 해먹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케이지 밖에 나오면 멀리가지 못하게 줄에 묶어 두었다.
긴줄이라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마당에서 놀 수 있었다.
사실 줄에 묶긴 싫지만 녀석이 또 산으로 동네로 돌아다니면 지난 번처럼 큰 사고를 당할 것 같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케이지와 줄로 키우다 보니 녀석은 항상 우리 근처에서 있고 원할 때마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가끔 녀석이 어디선가 놀다가 갑자기 와서 거실 유리창에서 밥달라고 부를 때의 반가움은 더이상 경험할 수 없었다.
또 가끔 집안에 들어와 내 무릎에 올라 오거나 두 발을 올리는 다정함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케이지 사육 이후 오히려 녀석이 우리와 멀어진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는 날마다 케이지 청소로 지쳐만 갔다.

그러다 어제 녀석은 하루 종일 울었다.
화장실 청소를 해줘도 먹이를 줘도 바뀌지 않았다.
마당에서 장난감 쥐 사냥도 별로 즐거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녀석이 여전히 아픈 것도 아니었다.
수술 부위는 거의 아물었고 뒷발의 붓기도 모두 빠져 거의 멀쩡해 보였다.
몸은 완전히 회복된 듯 보였다.
마당에서 쉬고 있던 나는 하양이의 알 수 없는 울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런데 유심히 들어보니 울음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뭔가 몸 내부에서 공명이 울리는 그런 소리였다.

저녁 즈음 나는 아내에게 케이지를 열자고 했다.
녀석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면 얼나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상태는 우리든 하양이든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케이지의 맨하단의 문을 열자 하양이는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멈추고 케이지 밖으로 나왔다.
아내는 잠시 녀석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내 마음 속에도 무언가 서늘한 것이 묵직하게 흘러내렸다.
마침내 아내가 녀석을 놓았다.


하양이는 뒷마당 앞에서 잠시 서 있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뒷산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뒷산에 노란색이 섞인 길냥이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하양이를 향해 묘한 소리를 냈다.


나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양이가 종일 알 수 없는 소리로 울어댄 것이 바로 이 냥이 때문이라는 것을.
둘은 계속해서 무어라 말하며 소통했다.
노란 고양이가 조금 아동하면 하양이도 따라가며 이동했다.
그렇게 하양이는 서서히 뒷산 속으로 이동하더니 마침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순 없다.
중성화는 고양이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일지 모른다.
나는 다만 녀석이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다시 나타나 먹을 걸 달라고 졸랐으면...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이미 예정된 것이지만 이별은 항상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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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이가 배가 찌어진 채 나타난 이후 우리는 녀석을 마당에 케이지를 두고 그 속에 사육하기로 했다.
찢어진 배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우선은 안전한 곳에 가두어 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코스트코에서 3단 고양이 케이지를 구매했다.
또 이케아에서 고양이 집과 화장실을 주문하고 두부모래, 삽, 캔, 사료 등을 왕창 구매했다.
30만원 이상이 들었다.
또 예정에 없던 추가 지출이었지만 우리가 아픈 녀석을 돌보고 이후에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길고양이를 마당에 사육하는 집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로서는 고육지책이었다.
집안에 키우려니 야생의 본성이 남아 있는 녀석이 적응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하양이는 중성화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성화도 알아보니 여러 단계의 예방접종을 먼저 받아야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이제 성묘가 다 된 길양이를 집안에서 기른다는 결정을 할 수 없었기에 중성화를 할 수 없었다.
또 수술 직후 며칠 집안에서 키워보니 대소변의 악취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위 사막화라고 하는 고양이 화장실 모레로 인한 실내의 혼란까지......
이전에는 아주 추울 때 집에서 재울 때도 있었지만 마당에 집만 지어주고 자유롭게 두었다.
매일 배고파 울때 밥만 주면 되었다.
배변은 알아서 뒷산의 널찍한 공간에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왔다.
집안에서 키워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로 나는 멘붕이 왔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케이지였다.


코스트코 3단 케이지는 제법 큰 공간에 발톱으로 긁을 수 있는 기둥, 해먹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케이지의 철재구조가 3단이고 집으로 보면 실내가 스킵플로어 구조의 5단으로 되어 있다
나는 그 속 1층에 화장실을 두고 2 층에는 이케아에서 산 고양이 집을 넣었다.
밥그릇과 물그릇도 넣어 주었다.
그러고 나니 케이지 안에서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고양이 아파트가 설치된 느낌을 받았다.


대신 이제 집사에게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마다 화장실의 대소변을 치워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울거나 방석을 화장실 안으로 던져버린다.
화장실 청소가 젤 힘든 문제얐다.
독한 냄새와 먼지가 고역이었다.
신선한 물로 갈아주고 사료도 채워준다.
실증날까봐 가끔씩 생선이 들어간 캔도 준다.


그렇게 한주가 그럭저럭 훌러가고 하양이의 상처는 잘 이물어 갔다.
우리는 이제 이렇게 지내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왜 행복한 시간은 항상 짧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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