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교통정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인은 복합적이라 쉽게 해결하긴 힘들겠지만 신호나 규칙의 개선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의 전국 국도와 지방 도로를 달리다 반드시 특이한 신호와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롱 뽀엥(Rond Point), 즉 로터리이다.
(알프스 발루아르의 로터리: 가운데 산양 조각상)
우리나라에서도 없진 않지만 매우 드물다.
프랑스에는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로터리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파리의 큰 도로축들이 만나는 개선문과 같은 큰 교차로에서 로터리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한다.
로터리가 없다면 개선문 일대의 교통혼잡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아니 교차하는 도로들이 많아서 교통신호로 도저히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로터리는 교차로에서 교통정체 해소에 큰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교차로에서는 로터리가 아니라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교차로 신호를 기다려본 운전자는 잘 안다.
본인 차의 직진 신호를 받기까지 여러 신호를 거처야 한다.
물론 그 시간은 견딜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교차로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이런 신호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당연히 그 결과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시내를 지나가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게다가 차들이 많아 본인 신호 한번에 교차로를 지나가지 못하면 점점 머리에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도심의 교차로에는 꼬리물기가 성행한다.
운전자라면 모두 이 따증나는 현실을 잘 이해할 것이다.
신호등 교차로는 흐름을 끊는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정체를 만든다.
하지만 로터리는 속도를 줄이게 할 뿐 흐름을 끊진 않는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에서 피가 신호에 따라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하다.
도시가 유기적 생명력을 가지려면 몸에 피가 흐르듯 도로가 차들로 막히지 않아야 한다.
물론 도심 정체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로터리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프랑스 로터리 시스템이 굴러 가려면 몇 가지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선 로터리 속에 먼저 진입한 차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로터리에 집입하기 전에는 항상 화살표로 만든 원이 있는 삼각형 신호판이 등장한다.
이 신호판 하단에는 항상 “당신은 우선권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각형 신호판이 부착되어 있다.
즉 직진하는 차가 로터리에 진입할 때는 이미 로터리에 들어와 돌고 있는 차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직진하는 차는 로터리에 차가 없으면 바로 로터리에 진입하고 이미 차가 돌고 있으면 잠시 기다렸다가 진입하면 된다.
대부분 로터리에 진입해서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신호등 교차로보다 훨씬 짧을 수 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운전자가 받는 스트레스도 훨씬 적다.
왜냐하면 일방적으로 기계의 신호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행인에 대한 운전자의 양보로 완성된다.
대부분 횡단보도는 로터리 진입 전에 있기 때문에 차는 로터리 진입 전에 필수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행인이 있으면 차는 양보해야 한다.
로터리 교차로 시스템은 이처럼 일괄적 기계신호가 아니라 인간의 합리적 판단과 양보로 운영된다.
그리고 그 성과는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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