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거인의 걸음걸이로 서술한 책이다.
나는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한다.
이런 책을 요즘 만나기 힘들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와 비슷하다.그래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런 시대에 사피엔스는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이 다룬 주제 중에 중요한 부분은 인류가 다른 종을 이기고 승리자가 된 이유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지구상의 다른 종에 비해 협력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인간만이 협력하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와 같은 종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협력할 수 있는 숫자는 인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렇다. 사피엔스는 감히 다른 종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대단위로 협력을 할 수 있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수십만 군중을 보면 이 점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의 이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주장의 전제는 결국에는 동물과 차별화되는 인간의 특성으로 회귀한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바로 안간의 상상력, 지능, 언어 능력을 말한다.
사피엔스 종이 대단위로 협력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에 일어나는 감각의 자극을 넘어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생물학적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집단으로 협력할 수 있지만 이 협력은 숫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동시에 배가 고파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배고픔은 배를 채우고 나면 금방 해소된다.
즉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의 상상력은 생리적 욕구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숫자를 동원할 수 있고 오래 지속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종교를 보면 사후 세계와 신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인간 공동체의 초기부터 등장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또 이 종교가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실로 엄청나다.
나는 여기서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역사적 결과에서 원인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종이 지구를 정복한 이유로 대단위의 협력을 말하지만 이 협력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과 이 상상력을 가능하게 하는 지능 그리고 상상의 대상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징, 즉 언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협력은 사피엔스 종이 생존과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종의 상상력, 뛰어난 지능, 상징 언어의 결과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지능과 상상력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또 질문할 수 있다.
이처럼 공부하다 보면 질문은 꼬리를 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초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한가지 이유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 중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한 마디를 잘 떼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것도 저자의 마술같은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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