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지독하지는 미세먼지 속에서 얼마나 살아야 하나.
오늘도 역대급 미세먼지로 나는 창문을 꼭꼭 닫고 집안에 갇혀 있다.
가끔 맑은 날에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내 몸에 기억된 어릴쩍 싱그러운 그 공기가 다시 돌아와 내 온몸 구석구석을 흔들어 깨우는 기분이 든다.
그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지금은 꼭 지켜야할 귀중한 것이 되었다.
맑은 공기를 찾아 전원 속에 집을 지었지만 하늘을 온통 뒤덮은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는 의미없다.
부득이하게 마당에 잠깐 볼일이 있어 거실문을 연다.
그때 들리는 반가운 소리,
내가 한참 찾아 헤메이던 그 소리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나름 박자가 잘 지킨다.
녀석이 돌아왔다.
딱따구리다,
녀석을 프랑스어로 피베르pivert라고 한다.
내 필명이다.
새 중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멋쟁이다.
빨간 두건을 쓰고 달타냥의 망토를 걸쳤다.
길고 곧은 부리로 나무를 쪼아 내는 소리는 제법 크지만 나무의 울림이라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 매력으로 애니메이션의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어릴적 TV에서 나의 히어로였다.
난 여전히 녀석의 매력에 빠져있다.
필명을 pivert로 선택한 것은 심리적 동일시 때문일까?
나도 세상에 신선한 소리를 울리는 멋쟁이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ㅋㅋ
아무튼 딱따구리는 나에게 멋쟁이 스타다.
그래서 오매불망 녀석을 기다린다.
이 동네에 이사와서 딱따구리을 본적은 있지만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전에 뒷마당 나무에 앉은 적이 있었다.
색이 특별히 화려한 녀석이었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자 곧 날아가 버렸다.
매우 예민한 녀석이다.
작은 움직임, 소리에도 날아가 버린다.
그런 녀석이 우리집 앞 길 건너편 산에서 드럼을 치고 있다.
나는 순간 동작을 멈추고 녀석을 찾기 위해 온 감각을 동원한다.
찾았다.
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 DSLR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끼워서 꺼내 두었다.
나는 마당으로 조심스럽게 나가서 녀석을 마침내 찍는데 성공한다.
얏호 얏호~~
하지만 그림이 썩 좋진 않다.
내 실력도 미숙하지만 나뭇가지가 너무 많아서 녀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미세먼지.
세상이 온통 뿌옇다. ㅠㅠ
사실 자본주의와 경쟁하는 이데올로기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연을 중시하는 이데올로기였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인간의 오만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릴 적 그 냄새와 그 풍경이 그리운 것은 과연 단순히 과거의 향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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