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대하던 때가 왔다.
작년 이맘때 직접 만들어 먹었던 수제 앵두잼의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 고마운 나무다.
거의 다 죽을 뻔한 앵두나무를 옮겨심어 살렸더니 매년 예쁜 꽃도 모자라 열매를 한가득 선물한다.
올해는 선녀벌레의 피해도 없어 작년보다 더 많은 앵두를 수확했다.
앵두잼은 만들기가 쉽지 않다.
씨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고민을 한 끝에 씨를 걸러줄 채를 하나 샀다.
하지만 채가 너무 촘촘해서 씨 뿐만 아니라 살도 많이 붙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는 설탕을 넣기 전에 먼저 충분히 끓였다.
그 다음 계란 저을 때 쓰는 도구로 저어서 최대한 씨와 살을 분리시켰다.
깜박하고 그 도구를 찍진 못했는데 많이 저으니 나름 분리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멸치 국물 내고 멸치를 건저내는 도구로 씨를 건져냈다.
씨와 살을 분리했지만 최대한 씨만 건져내기가 쉽진 않았다ㅠㅠ
한 냄비 가득 씻고 끓이고 씨를 모두 발라내기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가장 힘든 것이 최대한 씨만 분리해서 건져내는 일이었다.
아까운 살을 최대한 확보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씨를 다 건저내고 나니 양이 절반으로 줄어 버렸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씨를 잘 발라내기 위해 설탕은 맨 마지막 단계에 투입하였다.
보통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는데 너무 단 것이 싫어서 3대 7 비율로 섞었다.
다이소에 예쁜 유리병이 큰 것은 2000원 일반 잼 크기는 1000원이라서 몇 병을 미리 사두었다.
마침내 신선한 유기농 수재 앵두잼이 완성되었다.
나름 새콤한 과육이 살아 있는 수제 앵두잼이다.
품이 정말 많이 드는 잼이다.
하지만 돈 주고 사먹을 수 없는 최고의 잼을 한동안 맛볼 수 있으니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앵두는 끓이다 보면 물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내년에는 설탕을 조금 더 넣든지 다른 열매와 섞어보는 것도 해 볼만 하다.
또 씨만 발라낼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도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올해는 앵두 수확하는 시기가 내가 가장 바쁜 시기와 맞물려 고생을 좀 했다.
날마다 익은 열매를 따내야 했고 잼 만드는 일도 나름 시간과 노동을 많이 잡아 먹었다.
농사라는 것이 자연의 타이밍에 맞추어야 하는 일이라 농부들이 최적의 수확시기에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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