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족이 우리집에서 연어 훈제로 포식을 하고 난 후 어미 고양이는 새끼 두 마리를 남겨두고 떠나 벼렸다.
우리는 남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와 저녁 늦게까지 놀았다.
처음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녀석들.
우리 앞에서 온몸을 뒹구는가 하면 배를 드러내면서 장난을 치고 애교를 부린다.
머리를 쓰다듬어도 피하지 않고 귀엽게 받아 준다.
처음에는 담벼락 위에서 놀더니 나중에는 대범하게 뒷마루에 올라온다.
이제 마치 자기집인 양.
이제 녀석들은 우리의 식구가 된 것일까?
아내와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연에 어쩔 줄 몰랐다.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었고 밤이 되면 습기 속에 모기떼들이 사냥감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러면 새끼 고양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내는 하루 종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멸치와 밥을 물에 말아주니 너무 잘 먹는다.
처음에는 말라보이던 새끼 냥이들이 어느새 살이 올라오는 모습이 느껴진다.
식성이 대단해서 주는 대로 다 먹는다.
아내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이마트에 냥이밥을 주문했다.
이날 우리는 까만 녀석은 까망이, 하얀 녀석에게는 하양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우리가 기억하기 좋도록 붙인 이름이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녀석들은 불러도 못 알아듣는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눈이 뜨자마자 서로 기다렸다는 듯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자기 새끼를 대하듯 바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녀석들 기다렸다는 듯 금세 게 눈 감추듯 다 먹어치운다.
나는 집에 남은 합판 조각으로 녀석들 집을 지어줄 생각을 했다.
집 속에는 무엇을 넣어줄까, 겨울에는 춥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머리속에서 점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녀석들의 밥그릇과 물그릇으로 쓸 만한 것들을 찾아 깨끗하게 씻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때......
또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미 고양이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나머지 새끼 세 마리는 어디에 둔 것인지 이번엔 혼자다.
자기 새끼를 찾으러 온 것을 아내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어미가 하양이와 까망이에게 머라고 야옹거린다.
아내는 이 순간 어미 고양이를 내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진 못했다.
새끼가 어미를 따르는 것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결국 하양이와 까망이는 어미를 따라 집 밖으로 나선다.
수돗가에서 녀석의 밥그릇을 준비하던 나는 아내가 두 녀석에게 가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급히 길가로 나갔다.
까망이는 이미 어미를 따라 저 앞으로 가고 있고 하양이는 이제 우리집을 나서서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어미를 따라 나선다.
마지막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을 떠나지 않는다.
어미를 따라가던 녀석들이 갑자기 뒤돌아서 잠시 우리를 쳐다본다.
어미도 함께 쳐다본다.
그 순간 우리는 새끼 고양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에서 여동생이 오빠의 집을 나서는 장면이 떠올랐다.
떠나던 여동생은 갑자기 뒤돌아보면서 크게 허리를 숙이며 오빠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외친다.
우리 냥이들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우리는 새끼 냥이들을 보내고 말았다.
아내와 나는 그들이 떠난 도로위를 한참 멍하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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